나의 이야기

약초공부 ㅡ태자삼

말티즈-전우희 2021. 3. 19. 10:43



#약초공부방
#태자삼


♡산삼보다 나은 보약 ‘태자삼’

옛말에 ‘인불가모상(人不可貌相)’이란 말이 있다. 사람을 외모로 평가하지 말라는 뜻이다. 풍채가 좋다고 해서 성품도 훌륭한 것은 아닌 것이다. 얼굴이 예쁜 여인이 마음씨가 고운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기 쉽다. 미남미녀들은 대개 성질이 고약하다. ‘얼굴값을 한다’는 말은 이를 빗대어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풍채가 좋으면 인품도 좋을 것으로 여기고, 미인은 마음씨가 고울 것으로 여긴다.

이와 비슷한 말로 ‘약불가논가(藥不可論價)’라는 말이 있다. 약을 값으로 따지지 말라는 말이다. 값이 비싼 약이 반드시 효과가 좋은 약은 아니다. 약은 그 효과로 따지는 것이지 값으로 따지는 것이 아니다. 값이 매우 비싼 약은 지극히 구하기 어려우므로 차라리 없는 것이 낫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값이 비싼 약일수록 효과가 좋을 것으로 믿는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산삼, 웅담, 녹용 같은 비싼 약을 찾는다. 그것은 잘못이다. 비싼 약일수록 탈이 많이 난다. 비싼 것일수록 가짜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에 흔한 것은 가짜가 없다. 가짜를 만드는 데 돈이 더 많이 들기 때문이다. 무릇 약은 흔한 것일수록 좋은 약이고 흔한 병일수록 그 병을 고칠 수 있는 약초도 흔한 것이다.

암, 당뇨병, 고혈압, 관절염 같은 병이 요즈음 세상에서 제일 흔한 병이라면 그 병을 고칠 수 있는 약초도 흔하게 널려 있다. 다만 사람의 눈이 어둡고 지혜가 모자라서 보지 못하고 깨닫지 못할 뿐이다.

세상에는 민들레, 쑥, 질경이, 씀바귀, 조릿대, 쇠비름 같은 것처럼 값이 아주 싸거나 돈이 거의 들지 않으면서도 효과가 뛰어난 약초가 얼마든지 널려 있다. 태자삼도 가장 흔하면서 효과는 귀한 약초 중에 하나다.

▲ 개별꽃 뿌리는 기력을 늘리고 항암 효과가 높은 최상의 보약이다.

중국 태자의 병 고쳤다 하여 ‘태자삼’
중국 명나라 때의 명의 이시진은 일생 동안 약초를 연구한 중국 역사상 최고의 약초학자다. 이시진이 지은 은 중국에서 나는 약이 되는 식물과 동물, 광물의 효능과 성질을 집대성한 책으로 그 내용이 매우 자세하고 친절하며 과학적이어서 뒷사람들한테 매우 큰 영향을 끼쳤다.

이시진이 을 책으로 펴내기 위해서 원고를 들고 남경에 있는 친구 집으로 가던 어느 날 날이 저물어 어느 자그마한 주막에서 묵었다. 저녁을 먹고 막 잠이 들려는데 집 안쪽에서 여인의 신음소리가 들려 왔다. 이시진은 주인을 불러 아픈 사람이 있는지 물었다. 주인은 아내가 영양실조로 병이 들었는데 식구가 많아 먹고 살기도 힘든 형편이어서 약을 쓰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시진은 안방으로 가서 누워 있는 환자를 살펴보았다. 환자는 기력이 떨어져서 맥이 좀 약할 뿐이고 뚜렷한 병은 없었다. 그는 부인이 무언가 약을 먹고 있을 것이라는 짐작이 들어 오늘 낮에 먹은 음식을 갖고 와 보라고 했다. 주인은 양식이 떨어져서 풀뿌리를 캐서 죽을 쑤어 먹고 산다면서 나물 광주리를 들고 왔다. 광주리에는 처음 보는 풀뿌리가 들어 있었다.

이시진은 그 풀뿌리를 잘라서 맛을 보고 나서 그 풀뿌리가 기력이 쇠약해진 사람한테 훌륭한 보약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는 주인에게 돈을 약간 주면서 부인에게 쌀을 구해서 음식을 먹이고 그 풀뿌리를 계속 달여 먹이면 병이 곧 나을 것이라고 일러 주었다.

이시진은 그 풀이 무슨 풀인지 몹시 궁금해 주막집 주인한테 그 풀뿌리를 어디서 캤는지 물었다. 주인은 명나라 태조 주원장의 아들이 묻혀 있는 태자(太子)의 무덤 주위에 많이 자라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 말을 듣고 이튿날 이시진은 태자의 무덤에 가 보았다. 과연 그 풀이 무덤 주위에 양탄자처럼 넓게 퍼져 자라고 있었다.

이시진은 이 약초의 효능에 대해 에 기록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 약초의 효능이 널리 알려지면 사람들이 몰려들어 태자의 무덤 주변을 파헤칠 것이 염려되어 빼기로 했다. 그 뒤로 이 풀은 태자의 무덤 주위에서 많이 자라는 것이라 하여 태자삼(太子蔘)이라고 불렀다.

태자삼에 대한 다른 전설이 있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에 정(鄭)나라에 한 왕자가 있었다. 타고난 자질이 지혜롭고 총명해 다섯 살 때부터 충신과 간신을 분별할 줄 알았으므로 임금이 몹시 아끼고 사랑했다. 그런데 왕자는 체질이 몹시 허약해 수시로 병에 걸렸다. 궁중의 태의들이 정성을 다해 치료했으나 별 효험이 없었다. 임금은 온 나라에 방문(榜文)을 붙여 왕자를 튼튼하게 할 수 있는 약을 구하여 오게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온 나라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보약을 갖고 와서 왕자한테 먹였으나 어떤 약도 아무 효과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머리칼이 눈처럼 하얗고 행색이 초라한 한 노인이 왕자의 병을 고칠 수 있는 약을 갖고 있다면서 왕궁에 찾아와서 임금을 뵙기를 요청했다. 임금은 노인한테 말했다.

“그대의 정성이 훌륭하지만 만약 그 약으로 왕자의 병을 고치지 못하면 짐을 속인 죄를 면치 못할 것이오.”

노인은 웃으면서 대답했다.

“왕자는 어리고 몸이 약하여 약력(藥力)이 강한 보약은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천천히 몸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약을 써야 합니다. 소인이 갖고 온 약을 복용하면 백 일 뒤에는 확실한 효험이 나타날 것입니다.”

노인이 갖고 온 약은 가늘고 긴 황백색의 풀뿌리였다. 그 풀뿌리를 달여서 3개월 동안 먹였더니 왕자는 체질이 아주 강건해지고 모든 병이 씻은 듯이 없어졌다. 임금은 몹시 기뻐하며 노인에게 상을 내리려고 했으나 이미 노인은 종적을 감춘 뒤였다.

왕자의 몸이 매우 튼튼해지자 임금은 왕자를 태자에 봉(封)했다. 임금이 그 약초가 무엇인지 궁금해 노인이 왕자에게 복용하게 한 약초가 무엇인지 물었으나 모든 신하들이 모른다고 머리를 흔들었다. 그런데 옆에 있던 한 신하가 대답했다.

“노인이 왕자에게 쓴 약은 삼(蔘)과 비슷하게 생겼고 태자의 병을 고쳤으므로 태자삼(太子蔘)이라 부르면 어떻겠습니까?”

임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앞으로 그 약초의 이름을 태자삼이라고 부르게 하라.”

그 뒤부터 노인이 갖고 온 풀뿌리의 이름을 태자삼이라 불렀다.

아이들 보약으로 제일, 항암 효과도 탁월
태자삼은 우리말로 들별꽃 또는 개별꽃이라 부른다. 봄철에 하얗고 조그맣게 피는 꽃 모양이 마치 별처럼 생겼다고 하여 그런 이름이 붙었다. 개별꽃은 우리나라 전역의 산속 나무 그늘 밑에서 흔히 자란다. 여러해살이풀로 키는 10~15cm쯤 되고 인삼 뿌리를 닮은 작은 뿌리가 달린다. 이 뿌리를 볕에 말려서 약으로 쓴다.

뿌리를 꼭꼭 씹어서 먹어 보면 단맛과 쓴맛이 섞여 있고 특이한 향기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해 빠진 잡초지만 중국에서는 매우 귀한 약초로 여긴다. 중국 약재 시장에 가면 개별꽃 뿌리를 내다 놓고 호객하며 파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일찍 눈이 녹기도 전 초봄에 싹이 나서 꽃은 4~5월에 하얗게 별 모양으로 피고 열매는 6~7월에 익는다. 잎이 작고 줄기가 가늘어서 여름이 되어 수풀이 무성해지면 다른 풀이나 나무의 잎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다가 가을이 되어 잎이 지고 나면 다시 잎과 줄기가 드러나 보인다. 민간에서 더러 봄철에 잎과 뿌리를 채취해 나물로 먹는다.

예전에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약초음식점을 운영할 때 개별꽃을 음식 재료로 많이 썼다. 봄철에 개별꽃을 뿌리째 캐서 날것으로 파, 마늘, 고춧가루 등으로 양념해서 반찬으로 내었는데 맛과 향기가 좋아서 손님들한테 인기 있었다.

민간에서 개별꽃의 뿌리를 기력을 늘리고 위장을 튼튼하게 하며 양기를 좋게 하는 보약으로 더러 썼다. 큰 병을 앓고 나서 허약해진 사람이나 몸이 약한 어린이나 노인들이 먹으면 몸이 튼튼해진다.

오늘 하루도 행복 가득 담으시고 행복한 주말 맞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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